[포포투=김환(양재)]
이기형 감독 체제 성남FC의 키워드는 세 가지다.
지난해 12월, 성남은 이기형 감독 선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한동안 TSG(기술 연구 그룹)에서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던 이기형 감독은 2023시즌부터 성남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시작부터 어려웠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강등된 성남은 박수일, 김민혁, 이시영, 권완규, 구본철 등 핵심 자원들이 이적이나 군복무 등을 이유로 팀을 떠났다. 성남은 유주안과 정한민을 임대로 데려왔고, 이상민, 심동운 등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개막을 3주가량 앞두고 이기형 감독에게는 팀의 승격과 보유한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기형 감독은 성남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의 팀으로 뭉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달 초 남해에서 진행한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와 21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이기형 감독은 2023시즌 성남의 키워드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 속도
두 번의 인터뷰에서 이기형 감독이 강조했던 것은 ‘속도’였다. 정확히는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두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필요하다. 이기형 감독은 남해 전지훈련 당시 “팬분들이 질 때는 지더라도 공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축구를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에 그런 방향성을 갖고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기형 감독이 말하는 속도감 있는 축구는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다. 경기를 주도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괴롭히기에는 충분한 스타일의 축구이기도 하다. 이기형 감독은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와 K리그2 미디어데이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내 ‘전방 압박’, ‘빠른 공수 전환’, 그리고 ‘속도’라는 말을 언급하며 2023시즌 성남의 스타일이 무엇이 될 것인지 분명하게 전했다.
선수들도 이기형 감독의 의도에 따라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진행했다.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경기 내내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다. 때문에 성남 선수들은 성남에서 시작한 동계 전지훈련부터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병행했다. 10년이 넘도록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성남의 베테랑 심동운과 김영광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훈련들 중 가장 강도가 높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선수들은 이기형 감독의 스타일을 잘 받아들였고, 이기형 감독도 훈련 결과에 만족한다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 간절함
이번 시즌 성남의 또다른 키워드는 ‘간절함’이다. 성남은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의 기회도 없이 자동 강등됐다. 또한 팀 내부적으로는 성적 부진이라는 어려움을 겪었고, 외부적으로는 정치적 외풍을 맞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번 시즌 성남은 승격이라는 목표 아래 간절함으로 똘똘 뭉치려 한다.
성남은 선수단부터 간절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성남 선수들 중 대다수는 다른 팀에서 기회를 받지 못해 밀려났거나, 두 번째 기회를 받는 선수들이다. 간절함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이야기다. 이기형 감독은 남해 전지훈련 당시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간절함이 있는 선수들이 모여 팀이 되었기 때문에 현재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우리는 어느 팀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기형 감독은 선수들의 간절함이 경기력에서도 드러나길 바랐다. 이기형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강등의 아픔을 겪은 팬들을 위해 간절한 모습,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경기장에 찾아오시는 팬들이 승패를 떠나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간절함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팬들이 경기장에서 볼 때 ‘성남이 간절함을 갖고 공격적으로 축구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축구를 하고 싶다”라며 다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원 팀(One Team)
성공하는 팀의 필수요건 중 하나는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다. 팀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기형 감독 역시 성남이 승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선수들 모두가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형 감독은 “팀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누구 하나 다른 팀에서 베스트 멤버라고 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많다. 두 번째 기회를 받거나, 기회를 놓쳤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이겨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이런 부분들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이 됐고, 그 덕에 훈련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좋은 퍼포먼스나 성적이 나올 것이다”라며 성남이 하나로 뭉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는 이기형 감독이 원하는 성남의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앞서 말했듯 이기형 감독은 체력을 요하는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기반으로 시즌을 치르려 한다. 체력을 요구하는 스타일은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필연적으로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이기형 감독의 ‘플랜B’는 다른 게 아니었다. 어떤 선수들이 출전하더라도 동일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기형 감독의 계획이었다. 이기형 감독은 “특정 선수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다른 선수가 들어가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다 싶으면 다른 선수들을 투입하고, 그래도 팀의 방향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라며 선수들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며 준비한다면 체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이기형 감독 체제에서 새 팀으로 시작하는 성남은 힘든 시즌을 보낼 수도, 혹은 한 시즌 만에 승격을 노리는 팀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팀으로 출발하는 성남의 첫 경기는 3월 1일에 열린다.
기자명 김환 기자
입력 2023.02.22 07:00
출처 : 포포투(http://www.fourfourtwo.co.kr)
Comments